2004libido_map



리비도 10년을 되돌아 보며...

2009년 12월 말에 쓰는 글이니 리비도가 창립한지 벌써 12년이나 지났네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
"사장님, 늙으셨네요...."

2009년도 사업을 정산 하면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다이어리를 펴보았습니다.
빼곡히 적힌 내용들과 페이지 마다 테이프로 붙여진 수 많은 사람들의 몀함들....
그리고 그동안 컴퓨터 자료에 남은 수 많은 회원 명단과, 데리터와 설계 흔적들....
참 재미있는 것은 10여년 동안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사업 초기와 달라진 점이
월세 밀리지 않은 정도 밖에 없네요.
돌이켜 보면 10여년 이 너무 빨리 지난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직도 살아있다, 남아있다 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겠습니다.
앰프 사업이란 것이 초기투자에 수 천 만원 들어가서 1년에 3~4대 팔리다 보니
5~6년 정도 지나면 생활비로 모두 빠져나가고 재투자할 수 있는 비용도 바닥 나는
시스템 인지라 그 사이클이 한 바퀴 돌 때마다 제 머리속도 돌아버립니다.
하필 지금 시점이 한 사이클이 끝나고 재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저의 수입을 셀러리맨 월급으로 계산해 보니 1년 연봉이 천 만원이 채 되지 못하더군요.
굴곡이 조금씩 있지만 해마다 연말정산을 해보면 거의 꾸준합니다.
오디오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지만 학교다닐 때 꼴찌를 꿰차고 있던 동창놈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잘 사는 것을 보면 참 많은 것을 버리고 해야 하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있어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배운것이 도둑질이라 앞으로도 이 사업을
계속 지속해야 하는데 20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어짜할까 라는 걱정이 듭니다.
지인분들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돈 되는 저렴한 제품으로 바꿔 봐라, 마케팅을 더 해라, 하청을 맡겨라, 공구를 해라,
그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비싼 부품을 쓰고 원가 상승시켜 사서 고생하느냐...
아무리 좋게 만들면 뭐하냐....돼지목에 진주목걸이 아니냐?"
이런 말씀을 들을 때 마다 아주 어지럽습니다.
착하게 살면 돈 못 번다는 것을 사업하면서 알았고 학교 다닐 때 왜 도덕이란 과목이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도 다 이런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생업을 지키는 것은 총만 안들었지
전쟁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많이 압니다.
사업의 유지를 위해 제품 가격을 좀 올리려 하면 여기저기에서 많은 원성과 원망의
소리가 들립니다.
리비도 하이파이야 죽던 살던 자신만은 값싸게 구해야 한다 라는 이기주의적 소비형태가
난무하는 것도 잘 압니다.
다른 업체들은 이런 소비자의 형태를 잘 이용하여 소리의 퀄리티 보다 디자인이나 기능,
그리고 아주 저렴하거나 아주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저는 이런 형태의 꼴을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남들 다 이렇게 움직인다고 저까지 따라 간다면 결국 저 또한 오디오 사업을 돈 벌려는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이는 사업 초기의 제 초심을 버리는 일입니다.

몇 개월 후에 일본에서 저항을 수입 합니다.
P-40 프리에 들어가는 저항인데 재고가 떨어져 알아보니 판매점에서도 재고가 없어
수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입을 하려면 물량이 많아야 된답니다.
TR 앰프에 들어가는 저항 하나, 수 십원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이번에
들여와야 할 저항은 1/4W 용량 하나가 15,000원 정도 합니다.
그래서 기왕 수입할 것이라면 향후 M-40 에도 적용하기 위해 많은 수량을 준비 중 인데요
수입 가격만 수 백만원 정도 되더군요.
지인들이 이런 점들을 못마땅하게 생각 하십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아무리 음악을 깊게 듣는 사람들이 적고 MP3 시대라 하지만
만 명 중에 한 명 이라도 리비도를 찾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앞으로 이 일을 계속 지속해
나갈 것이며 이것이 저의 업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제품 가격이 올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리비도 하이파이를 계속 유지해 나가고 많은 분들과 리비도 제품을
오랫동안 공유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