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개조기사로 인한 개조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업적 목적으로의 도용을 피하고자 자세한 내용은 피하니 궁금하신 분은
    따로 연락 부탁 드립니다.



    2003년 초.
    오디오 모 잡지사의 광고에 하만카든 파워앰프 창고 대 방출이란 제목으로 대당 8만원
    이라는 획기적인 가격으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이는 소문에 소문을 거쳐 두달 여 만에 수 백대의 재고가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8만원이란 가격이 못 먹어도 고! 라는 생각과 짧은 시일 안에 엄청나게 팔린다는 소문에
    군중심리가 작용하여 모두 처분되었던 것입니다.



    특별한 모델명도 없이 Fastival Amplifier 란 이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하만카든이란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브랜드가 더 끌렸을 것입니다.
    하만카든은 미국 유수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있는 업체로 이 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하이엔드 메이커가 미국에서는 없을 정도로 오디오파일에게는 귀에 익은
    브랜드입니다.
    남쪽에서 마루타용 앰프가 도착해 일단 시청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타 업체에서 개조를 했다는데 입력 볼륨부만 추가되어 프리앰프 없이
    다이렉트로 연결 할 수 있게 했는데 파워앰프 자체의 드라이브력이 높지 않고
    볼륨으로 연결되는 신호선이 전원 트랜스 옆을 바로 지나기에 음질적으로나 외부적
    전원 노이즈 유입 등을 감안한다면 좋은 시도라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모델도 1차 개조(볼륨설치)가 되어있는 터라 볼륨을 최대로 하고 P-35.0 프리앰프(V1)
    에 물려 CD3300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색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틀 안에서 밖으로는 도저히 나오려고 하지 않은 전형적인
    대기업, 저가제품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이런 소리를 듣고 회로나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개조를 하려니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망막했습니다.
    일단 제품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오디오 분해라면 발꼬락 두 개로도 충분했던 저에게 이 꼬마앰프는 도대체 속살을 보이려
    하지 않는 듯 눈을 씻고 봐도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뚜껑이 열리지 않더군요.
    개조는커녕 처음부터의 징조가 좋지 못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기구적 상황을 관찰하다보니 이상한 것이 보였습니다.
    클립이었습니다.
    저는 클립으로 앰프뚜껑을 고정하는 제품은 처음 봤습니다.


    <앰프의 밑면>


    <클립의 위치>


    <클립을 빼낸 상태>

    일단 클립을 빼내고 나머지 나사를 풀면 윗 뚜껑이 슬라이드식으로 뒤로 빠지는데
    다음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위로 들어올리면 뚜껑이 열립니다.

    <여기까지만....>

    내부를 열고 보니 이게 과연 8만원 짜리 앰프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품과 기판패턴을 따라 대강의 회로도를 보니 분명 초짜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그것보다도 설계엔지니어와 오너 사이에서 트러블이 많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급 엔지니어에게 꼬마앰프 설계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 자체가 엔지니어로써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트랜스와 기판의 위치, 부품의 위치, 그에 따른 회로망의 테크닉이 이를 보여주는데
    원가절감이라는 숙제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저가형 소자를 사용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 정도의 설계능력이 있는 엔지니어라면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제가 할 일을 남겨두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판의 인서트는 디핑이 아닌(디핑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깨끗)자삽에 의한 자동 솔더링으로
    보여집니다.
    자삽은 부품이 로봇에 의해 부품삽입이 되면서 기판 밑면의 리그선이 자동으로 커팅되고
    고정을 위해 구부려주는 역할까지 합니다.
    부품의 리드선이 구부러져 있기에 부품을 빼낼 때는 조심하셔야지 안 그러면 패드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회로를 보니 2단 차동증폭에 부하소자로는 정전류 회로를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프리드라이브를 거쳐 드라이브/출력단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부구조>



    <출력트랜지스터의 고정바를 떼어내고>

    먼저 개조를 하기 전에 전원을 220볼트로 전환하려 트랜스의 1차측 탭을 확인해 보니
    220볼트로써의 전환이 되지 않는 120볼트 고정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운트랜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전원플러그 역시 120볼트용이고 기판에 솔더링 되어있는 상태라 교체하기가 어렵습니다.
    스피커단자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무난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역시 솔더링 되어 있고 구조적인 문제로 단자의 교체는 쉽지 않아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초단부터 출력단, 전원부까지 기판의 패턴을 보면서 회로를 알아내는 시간이 약 4시간이
    넘은 것은 기판의 패턴이 너무 얇게 처리되어 눈이 굉장히 피곤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튜닝의 방향입니다.
    정해진 전원트랜스의 용량으로 얼마나 진한 소리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이 트랜스로 물리적인 데이터의 결론을 내리면 그것은 뻔할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과 청각적으로 느끼는 힘은 다르다는 개념을 토대로 개조포인트를
    찾아 나갑니다.
    이런 튜닝 방식이 사실은 원가 적게 들이고 높은 평가를 받아내는 기술이라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차려진 반찬이 이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도를 넘어서게 됩니다.
    먼저 기판을 쉽게 분리하기 위해 뒷판을 분리합니다.
    그리고 출력트랜지스터를 방열판에 밀착시키는 고정바를 떼어내기 위해 나사 세 개를
    풀어줍니다.
    그 후 기판에 연결된 커넥터는 빼내고 납땜이 되어있는 선도 떼어냅니다.(볼륨포함)
    그리고 기판 위에 있는 나사를 모두 풀어내고 기판을 들어올리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출력트랜지스터의 절연지가 방열판에 붙어서 그런 것인데 요령 것 잘 떼어내세요.
    그리고 기판을 본체에서 완전히 분리합니다.
    처음에는 피드백 시정수 등 복잡한 개조가 예상되었는데 나름대로 회로가 좋아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 입력단자와 앰프의 초단이 연결되어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뒷면에 있는 짹으로 다른 외부기기와의 매칭에서 연결되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수 없으므로 다이렉트로 연결합니다.



    <점퍼선을 이용해 위 사진과 같이 연결>

    다음은 모든 앰프가 그렇듯 초단 커플링 콘덴서를 교체하는 작업입니다.

    위 사진에서 엑스표시를 한 부분 중 아래 있는 두 개가 좌/우 입력 커플링 콘덴서고
    그 윗부분에 있는 두 개의 콘덴서는 피드백 용도로 쓰이는 콘덴서로 모두 교체대상입니다.
    그리고 제일 위에 동그란 표시로 되어있는 부분은 2단 차동증폭 트랜지스터인데 A970이
    원래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도 갈아줍니다.
    저는 산요로 교체했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초단과 같은 A872로 교체하시면 됩니다.


    <교체작업이 끝난 후>
      

  • 초단 커플링 콘덴서 교체
    47uF/16V에서 질 좋은 필림 콘덴서로 용량은 0.47uF~1uF, 내압은 63V 이상이면
    됩니다.
    사진에 보이는 콘덴서는 지멘스인데 현재 시장에서 구하지 못하니 비마,
    솔렌, 호블랜드 등 가격과 소리 취향에 맞는 것으로 하십시요.

  • 피드백 그라운드 콘덴서 교체.
         470uF/6.3V에서 오스콘(330uF/6.3V)으로 교체(극성 주의)

  • 2단 차동TR 교체.
         A970 -> A872
      
    콘덴서를 교체하시다보면 주변 부품들 때문에 작업이 좀 힘드실 겁니다.
    이럴 때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 하는냐가 또 하나의 경험이자 노하우가 되겠지요.
    콘덴서의 리드선을 미리 홀 사이즈에 맞게 구부려서 위치를 잘 잡아보세요.

    그리고 드라이브단 트랜지스터를 교체합니다.


    <교체 전>


    <교체 후>  

    드라이브 TR은 원래 2SD667과 이와 짝을 이루는 2SB647이 들어갑니다.
    위 사진처럼 드라이브 트랜지스터를 교체하시는데 사진상으로 교체된 트랜지스터는
    시중에서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2SD667은 2SC2705로 바꾸시고
    2SB647은 2SA1145로 교체 하십시오.
    ECB 순 입니다.  극성에 주의 하십시오.

    이것으로 개조는 마무리가 됩니다.

    <퇴출당한 부품들>

    개조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8만원 짜리를 개조하면서 그 개조비용의 적정선을
    어느 정도에 두는가 였습니다.
    조금만 오버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고 알맞은 기준으로 하려니 수박 겉핥기 식이 되어버려 생각해본 결과 하만카든을 8만원 가격의 기준에서
    벗어나 버리자는 토대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해보자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파워앰프의 심장부이자 에너지원인 전원트랜스는 샤시 크기 때문에 바꿀 수 없기에
    외부 전원부를 만들어 보자는 엉뚱한 생각도 했지만 그럴거면 차라리 앰프 설계를 새로
    시작하는 쪽이 맘 편할 것 같고....
    청각적 힘과 시정수의 변화에 대한 숙제를 뒤로하고 일단 개조 후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K3808에서 나오는 느낌이 처음 개조전의 소리와는 확연히 구분되었습니다.
    제일 달라진 부분은 중/고역에 있어서 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캐롤키드 누님의 목소리가 젊어졌습니다.
    참 이상한 점이 좋은 기기에서는 항상 젊은 목소리로 들리더군요...
    말러 교향곡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저역에 찰기가 붙으면서 청각적인  
    힘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결론은 의도했던 대로의 방향으로 튜닝의 결과물로 탄생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중고역이 좀더 진했으면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품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많이 보완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비 개조 앰프 하나를 더 협찬 받아 개조된 앰프와 A/B비교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비교시청중인 모습>

    비개조품의 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1, 비개조품의 소리가 전반적으로 혼란스럽다.
    2, 중역대의 왜곡(이득차이)으로 대편성곡에서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3, 고역쪽 대역이 롤오프 되어있다.
    4, 저역제어가 불안하다.
    이렇게 크게 네가지 정도가 개조를 통해서 보완되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플랫한
    재생실현 으로 음악적 표현력이 한층 상승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하만카든 앰프는 개조를 통해 기존의 틀 안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주게
    되었고 서브기로써 전혀 손색이 없어졌습니다.
    능률이 90dB이상 되고 울리기 어렵지 않은 스피커에 진공관적 음색의 프리(P-35.0에서는
    V1으로)를 물려서 시청하면 좋은 매칭이 되는데요 특히  튜너로 듣는 음색은 감칠맛
    나면서도 음악적인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자 욕심이 생겼습니다.
    예전에 비밀리에 인켈의 MD-2200 개조품 두 대를 BTL로 접속해서 들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였습니다.
    "이거 정말 MD-2200 맞나요?"
    그때의 매칭은 로텔 975 CDP 에 P-35.0 프리, 그리고 스피커는 KEF 105/3이었는데
    30여평 되는 시청실이 아름답고 힘찬 사운드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M-35.0을 브릿지로 물려보신 분이라면 다들 경험 하셨겠지만 MD-2200같은 경우는 예상
    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원래 BTL 구동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조건을 살펴보면....
    1, 앰프 자체설계가 BTL접속이 가능한 제품
      -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프리앰프에서 밸런스 출력단자가 지원되는 조건에서 다음과
        같은 케이블 두 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2, 역시 프리앰프에서 밸런스 출력이 지원되는 조건에서 파워앰프에 밸런스단자를 부착하고
       새로운 신호라인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3, 프리앰프에서 정/역 위상의 언밸런스 출력이 있으면 언밸런스 입력단자만 있는
      파워앰프에서 BTL 접속이 가능한데 이 출력을 갖춘 프리앰프는 극히 드뭅니다.

    이상입니다.
    위에 BTL로 개조한 MD-2200같은 경우 밸런스단자를 장착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가공이 어려워 특별히 이 두 대만 비밀리에 개조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밸런스 단자를 설치해 달라는 분들이 많이 계실까봐 비밀리에
    시청을 한 것인데 이번에 하만카든을 BTL로 울려보고자 하는 욕심에 BTL 컨버터
    (약칭 비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제품을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하만카든 개조기사도 이 비터 제작 때문에 게시가 늦어졌습니다.
    설계/제작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만들게된 이유는 이번 하만카든을 BTL로 물리고
    싶은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주머니가 가벼워 저가형 앰프를 쓰시는 분들께
    BTL접속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적은 예산으로 스피커를 쉽게 드라이브시킬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함이었습니다.
    인켈의 MD-2200/PD-2100, AK-650 인티 등 비터를 이용해 BTL로 매칭 가능한 앰프는
    무궁무진 합니다.  
    이 비터는 파워앰프에 밸런스 단자가 없어도 연결 가능하며 특히 프리앰프에
    밸런스 출력단자가 없어도 BTL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렇다 보니 파워앰프는 물론 pre-out / power-in 단자가 장착된 인티앰프 두 대로도
    BTL 접속이 가능한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만카든 두 대에 비터를 이용해 BTL 접속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순간 처음 드는 생각이 "이거 서브 개념이 아니고 메인 시스템으로도 손색이 없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조 후의 음색은 맘에 들게 되었고 BTL접속으로 힘까지 부가되니 錦上添花가 따로
    없었습니다.
    개조 후에 중고역, 특히 보컬의 재생음이 약간 가늘고 투명하게 들리던 것이 BTL접속 후
    그 명암이 또렸해지고 심지가 곳아져 아주 듣기 좋으며 특히 이 작은 덩치에서 하이엔드
    에서나 나올 듯한 오디오적 쾌감을 느끼게 해주니 놀랄뿐입니다.
    대편성곡에서도 악기들의 위치가 또렸하고 그 위치를 잃는법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당찹니다.
    이로써 8만원짜리 하만카든 파워앰프를 돈으로 따질 수 없게 만든 개조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