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은 이니그마로 종지부를 찍은지 오래고,

이제 기기는 리비도로 마침표를 찍으려나? 아마도 그럴것만 같은 예감이다.

우리가 리비도를 만난게 된 것은 아주 하찮은 이유에서 였다.

리비도 얘기를 하자면 먼저 스피커를 들먹이지 않을 수가 없겠다.

우리집엔 오디오가 두 조 있는데, 하나는 거실( JM LAB VEGA 톨보이 스피커),

하나는 작은방 (다인 오디오 스페셜25 북셀프 스피커)이었다.

그런데, JM LAB이 고역이 쏘는지라 내칠려고 내놓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그리고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서 두 스피커를 바꿔보았다.

뜻밖에도 거실로 나간 다인스페셜이 예상외로 좋은 소리를 내준데다

방으로 들어간 덩치 큰 놈이 오히려 거실에서보다 더 나은 소리를 내주었다.

일단은 바꾸기로 결정하고, JM 스피커 튜닝에 들어갔다.

말이야 간단해보이지만, JM스피커가 팔리지 않는 바람에 두 시스템이 거실과 방을

들락날락하며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거실의 다인은 그만하면 만족스러운데, 방의 JM이 아직도 어딘가 부족한데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한터라

전문가 도움도 빌리고 싶고, 또 한편 이젠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고고XXX 사장님을

급기야 모셨다. 스피커를 바꾸라 하면 바꿀 요량이었다.

 

“더이상은 하지 마세요.. 오히려 정리해야 할 상황이예요. 이만하면 됐어요”

그래!! 전문가가 이제 그만하라며 도장을 꽉 찍어주었는데.. 그래 그만하자.

남편과 나는 정말로 오디오질 이제 안녕하고 앞으로 음악만을 듣기로 맹세했는데...

(음악감상과 오디오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음악감상이라고

답해야만 하는데, 남편과 공범이니 오디오질도 한다고 답해야할까?

남편은 오디오질에서 음악감상으로 전환하려는 중인데, 제발 리비도가 도움이 되길 바랄뿐이다.

오디오강좌의 "당신의 기준음은 있습니까"에  몰표 던집니다)

 

며칠후, “여름에 더워서 어떻게 듣냐? 여름용 앰프 하나만 들이자. 진짜 마지막이다”

(작은 방에는 오디오에어로 케피톨레CDP, 오디오리서치 VT100MK3 파워, LS25MK2프리에 JM 톨보이)

오디오리서치 진공관 프리 파워 앰프가 열이 좀 많이 나는 건 사실이다.

“차라리 에어컨 달지? 아니면 여름엔 거실에서 들으면 되잖아”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간 며칠 후 남편이 “리비도P35,M35앰프”를 들고 들어온 것이다.

 

정말로 여름용으로 데리고 온 건지

인터넷 서핑해보니 누가 리비도가 좋다니까 또 질러본 건지 남편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도 둘 다 아닐까 싶다. 오디오질에 과연 마지막이란 게 있을까 싶다.

 

남편은 스스로 내 귀에 “황금귀”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는

때론 택배로 광주에서, 때론 택시로 분당에서 케이블이며, 앰프며 오디오 놈들을 데리고 와선

“어때?”하고 물어본다.

난 기기에 대해선 전혀 무지하고 음악만 듣는데,

자기가 셋팅해 준 소리를 듣고 내가 던지는 몇마디가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게 재밌있는가 싶다.

“어때”라고 하면

“해상도 좋네.. 무대감이 괜찮아...” “투명하고.. 그런데 좀 깊이가 없네” 흔히 이런 식의 대답을 한다.

 

그런데... 리비도는?

“어때?”

“음~~그냥‘

“이상해”

“별론 거 같기도 한데 그냥 계속 듣고 싶네..”

“다들 그렇게 평해“

내가 이런 투의 대답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와 비슷했나 보다.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리비도는 이상한 앰프다.

리비도로 두다멜이 지휘한 베토벤의 운명 2악장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경화가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을 들으면서는 눈물을 닦았다.

진공관도 아닌데, 티알앰프 소리에 눈물을 흘리다니!!!

( 오해하지 마세요!!저는 진공관이 어떤지 티알앰프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다만 다들 진공관이 아날로그적이라고 하고, 내가 듣기에도 티알보다는 진공관이 따뜻한 소리를 내는 것 같아서...)

나는 이 두 곡만으로도 이제 리비도와 다른 앰프를 바꿀 수가 없다.

저음에서 무대감이 없어 평탄하고, 해상도도 고만고만하고, 입체감도 그저 그렇고,

음색은 특색이 없고, 밸런스가 아닌 탓도 있겠지만 좀 답답한데,

해상도도 더 좋고, 무대감도 더 좋은 다른 놈과 전혀 바꾸고 싶지 않다.

대체로 현이 좋으면 피아노가 별로이고, 대편성이 좋으면 독주곡이 그렇고,

보컬이 좋네, 재즈가 좋네... 그랬던 것 같은데, 리비도는 예외이다.

다만 명반이냐 아니냐만 가름할 뿐이다.

장르가 아니라 음반을 가린다.

리비도로 들으면 연주자의 감정과 숨결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된다.

정경화의 바이올린협주곡은 우리에게 거쳐간 시스템에서 가장 까다로운 음반이며,

지금까지 만족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고, 리비도 역시 저음에선 불만스럽다.

그러나 3악장의 불만스런 저음부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2악장은 감동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아직 복사 CD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리비도가 장르가 아니라 음반을 가리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리마스터링한 헨릭쉐링의 SACD 파가니니 바이올린협주곡은 그래도 이전 시스템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리비도에선 매우 실망스럽다.

리비도가 빈자의 하이파이라고?

괜찮은 소스, 케이블을 물려주면 줄수록 갑절로 좋은 소리를 내주고, 음반도 가리는 마당에.

오히려 그 반대이다.

 

언변이 좋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할 말은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리비도를 대하니 참 한심하다.

무어라고 표현을 못하겠으니 말이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표현을 못하겠다는 뜻이다.

음악적 소견도 부족하고 표현력도 없고 하니, 비유적으로 말해본다.

내게 거쳐간 이전 시스템과 리비도를 비교하자면,

나를 몰입시켜 집중하게 한 소리가 있었던가 하면

마치 음악으로 심신의 피로를 싹 씻어내는 듯한 소리도 있었다.

지금의 리비도는,

어떤 때는, 나는 지금 가만히 여기 있는데, 소리(음악)가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온다.

또 어떤 때는, 저만치 소리(음악)가 홀연히 있고, 나도 모르게 내가 다가간다.

내 소리가 좋으니 제발 들어달라고 아우성치치 않고 그냥 제 할 일만 묵묵히 하고 있다.

리비도는 피서객을 불러모으는 한여름의 매력적인 해수욕장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그대로인 바다 그 자체이다.

 

“오히려 과하니. 더 들이지는 말라”고 하신 고고XXX 사장님이 예언자가 되어 버린 셈이다.

그 과하다는 의미는 경제적인 의미도 포함되었으리라..

여하튼 여름용 앰프를 구하다가 뜻밖에 비싼 고가의 앰프를 처분하는 금전적 이익도 얻었다.

지금, 리비도 하이파이 사장님께 P40 프리앰프를 주문해놓았는데 , 현재 포노앰프 공구중이라서

 4월 중순에야 만들어주신다고 하니 꼼짝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당분간은 CDP와 P35프리앰프 사이에는 B-U 컨버터를 사용하여 밸런스 효과를 기대해 보기로 하고,

추가로 프리-파워앰프에는 기존의 실텍 88 밸런스인터 케이블을 빼버리고,

리비도 제작 샤크 퓨어실버 밸런스케이블을 사용하기로 했다

10여일 전 주문했는데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언밸런스 케이블을 사용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좀 해결해주리라 기대가 된다.

지금 예감으로는 P-40프리앰프를 들이면 우리 오디오질에 종지부를 찍을 것만 같다.

 

참고로 우리 집에 들락날락한 오디오기기는 오디오에어로 프리마 인티앰프, 스레숄드3.9e,

플리니우스 102 / 250MK4, 오디오리서치 VT100MK3 파워엠프 등이고,

케이블은 리버맨, 카다스골든레퍼런스, 오디오퀘스트 아마존, 트랜츠패런츠 울트라,

타라랩, 너바나등 헤아릴 수가 없다

현재는 거실에 오로라사운드 진공관 프리,파워앰프, 작은 방에는 리비도 프리,파워앰프

(그러고보니, 돌고돌아 국산이네요..대한민국 만세!!)

씨디피는 오디오에어로 케피톨레와 린 이케미,

스피커는 JM LAB VEGA와 다인스페셜25가 살아남은 녀석들이다.

스피커케이블은 상투스와 킴버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파워케이블은 오디언스, 이니그마SE/LE, 썬야타 파이손등이다

이니그마는 인터케이블 2조, 파워케이블 3개를 사용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