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면서 제일 궁금한 것이 자식을 낳아 키우는 부모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이번 생은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것이 한으로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앰프를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면서 이것이 마치 자식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 아픈 자식이 있는데 그것이 레인보우 인티앰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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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개발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앰프를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터넷도 없었고 국내에서 오디오용 부품 구하기도 참 어려웠지요.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한 때 많은 분들의 사랑도 받았고 베스트 모델이 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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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지나고 보니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전 상황과 지금은 많이달라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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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심 했습니다.

레인보우를 새롭게 리모델링하자고...

그런데 공지글을 올려도 한 달 넘게 테스트 앰프를 협찬해 주실 분이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20년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예전에 레인보우를 가져가신 분들의 소식을 알 길이 없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까 하는 중에 인연이 닿을라고 그런것인지 테스트기를 협찬해 주실 분에게

연락이 와서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테스트용 앰프를 드디어 받고 드디어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작업은 

앰프를 원래의 정상 컨디션 상태로 돌려놓는 작업입니다.

워낙 오래된 제품이라 이 작업을 건너뛰면 절대 안됩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 큰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지요.

이 컨디션 회복 작업에만 이틀이 걸리네요.


그 후에 본격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갑니다.

비교를 위해 앰프의 한쪽 채널만 개조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회로 조정과 부품을 바꾸는 과정에서 참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 개조 후 예상되는 음색변화가 있는데 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100% 개조가 아니라 한 군데 개조후 비교하고 또 한군데 개조 후 비교하는 식으로

진도를 나갔는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좀 놀랐지요.

생각해 보니 레인보우의 회로가 너무 에지징이 많이 되어 거의 한 덩어리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보기로 했습니다.

첫 부품 교체 후 아무 변화가 없던 것이 약 3분 정도 음악을 재생시키자 점점 서서히

제가 예상했던 색깔로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에이징이란 것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변수를 교려하여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는데

제가 원하는 음색은 이렇습니다.

저역을 단단하게....레인보우 저역이 좀 처져있거든요...

중고역 해상도를 살려.....특히 중역대가 많이 들어가 있어 답답했습니다.

대역 밸런스를 타이트하게.....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이 더욱 자연스럽게, 그리고 라이브틱 하게 .....


1차 개조작업이 끝나고 개조하지 않은 채널과 비교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리비도 시청실의 스피커가 에이징이 잘되어 있고 

울리기가 쉬운편이라 이 스피커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거실에 있는 TV와 연결된 레인보우2와 앰프를 바꿨습니다.

이곳 스피커는 비자톤 미니 스피커고 전용 서브우퍼가 연결되어 있어

차라리 비교하기가 더 좋더군요.

이 꼬마스피커 참 입맛이 대단합니다.

개조 하지 않은 채널에서는 참담한 자체의 사운드를 거침없이 들려주고

개조된 채널은 어찌보면 레인보우2 보다도 더 매력적인 부분으로 다가올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중고역 해상도의 차이는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이런 개조작업을 시청실 스피커와 거실 스피커를 드나들며 변화폭을 

조정하고 하면서 마침내 오늘 최종개조작업을 마쳤고 그 작업 리스트가 완성되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럽고 훨씬 젊은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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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 수술 하느랴 이녀석이 고생좀 했지요.

이렇게 해서 레인보우가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레인보우는 제작 말기에 중고가격이 넘사벽으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단종된 기종이라 항상 연민의 정이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니 이제 앞으로는 어깨에 힘주고 다녀도 될 듯 합니다.

혹시 레인보우 사용자분이 이 글을 보시고 내 앰프도 개조하고 싶다면 전화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