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기를 쓰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신청하시고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써봅니다.
 
오디오란 취미에 잠시 빠져살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점점 멀어지다가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바람이 불어서 한 번 뒤엎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사이트도 들락거리고 용산에도 몇 번 가보고 했습니다. 엄청나게 오른 제품들의 가격에도 놀랐고 제 지갑사정에 맞는 기기들은 왠지 맘에 안들고.. 제가 예전에 접한 오디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리비도에서 레인보우 2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러다가 운 좋게 샘플기를 대여하여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다 공감하시겠지만 회사에서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바로 점심 메뉴 걱정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메뉴도 먹다보면 질리게 되어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이 그리워집니다. 저에게 리비도의 레인보우는 집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제 들어도 편하고 풍부한 소리.. 정작 들을 때는 별로 모르다가 내치고 나면 점점 더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앰프였습니다. 내치고 나서 여러가지 앰프들을 많이 사용하다가 뒤늦게 열심히 중고장터를 찾아보았지만 희귀제품이 되어서 아예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런 레인보우의 후속기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품고 리비도의 시청실에서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예전에는 KEF 105-3이 메인 스피커였는데 지금은 탄노이 스피커가 메인이 되었네요. 사장님께서 모니터 스피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KEF의 진한 질감을 가진 사운드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레베카 피존의 보컬곡을 들어보았습니다. 첫인상은 상큼하고 맑은 중고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컬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받쳐주는 저역의 리듬감과 스피드도 좋았습니다. 저역의 양도 상당히 풍부하였습니다. 특성을 잘 모르는 스피커에서 듣다보니 앰프 자체의 사운드만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여를 부탁드렸는데 사장님도 다양한 스피커에서 테스트 결과를 얻고 싶으시다면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제 시스템에 레인보우2를 연결했습니다. 스피커는 B&W의 CM1이고 CDP는 Denon의 DCD-1500AE입니다. 처음에는 Denon 앰프를 사용하다가 밋밋한 사운드가 싫어져서 여러가지 많이 바꾸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동호회원이 자작한 EL34 푸시풀 앰프를 쓰고 있습니다.
 
레인보우2를 물리고 노라존스의 Come Away With Me 앨범을 걸어보았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일단 저역입니다. 이제까지 쓰던 진공관 앰프도 저역이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CM1에서 이런 저역이 가능했구나 싶은 깊숙한 저역이 나옵니다. 전체적으로 대역이 위아래로 모두 늘어난 느낌입니다. 저역이 깊어진 만큼 중고역도 좀 더 올라가 있는데 저역에 뭍히지 않고 잘 빠져나오면서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한 마디로 레벨업된 느낌이랄까요.
 
마이 러브 마이 기타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을 한 번 걸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딴 일하면서 틀어놓는 기타음악 컴필레이션인데 레인보우2로 들으니 기타 소리가 정말 예술입니다.  기타소리가 귀에 쏙 들어오는데 완전히 다른 앨범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전 EMI에서 발매된 사이먼 레틀 경의 말러 2번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스피커가 작다보니 전체적인 스케일은 작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오밀조밀 표현이 그런 스케일을 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베를린 필의 유려한 현악부의 표현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기기가 바뀔때마다 들어보는 이무지치의 사계도 들어봅니다. 저한테는 요새 나오는 원전연주보다 이 연주가 더 편안해서 자주 듣는 애청음반입니다. 아까 기타음반에서도 그랬지만 현의 표현이 아주 탁월합니다. 음이 만들어져서 사라지는 동안이 선명하게 묘사됩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듣고 있게 되네요.
 
제 시스템에서의 음악 장르에 따른 선호도를 보면 실내악,보컬,관현악 이런 순이 될 것 같습니다.
리비도 제품이니 당연하겠지만 구동력은 걱정을 안해도 될 수준이고 제 기억속의 레인보우 I과 비교해보면 약간은 밝아지고 젊어진 듯한 사운드입니다. 레인보우 I이 풍성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면 레인보우 II는 좀 더 이쁘고 매력적인 사운드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튀지않고 편안하게 음악을 재생해주는 면은 레인보우라는 이름을 잘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유명 해외 브랜드의 기천만원짜리 앰프도 물론 좋겠지만, 저같은 회사원의 뻔한 지갑사정으로도 좋은 소리를 듣게 해주는 이런 숨은 보석같은 앰프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최사장님 참 고맙습니다.
양산품의 디자인이 잘 나오면 금상첨화겠다는 작은 소망을 덧붙이면서 두서없이 길게 주저리주저리 쓴 시청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