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도 말에 리비도 100.2 파워앰프와 제프로랜드 모델1 파워앰프의

블라인딩 테스트가 하이텔의 하이파이 동호회 주체로 열렸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민회장님께서 사회를 맡으셨고  열 다섯 분 정도가 테스트에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소규모로 진행된 비교테스트였지만 사전 설문지 조사 등 블라인딩 테스트의 기준을

철저하게 준비한 청음회였습니다.

A와 B 제품으로 구분하여 청음이 시작되었고 모든 청음이 끝나고 제품을 밝히기 전에

청음자 분들께 설문지를 통해 더 좋게 느꼈던 제품에 대해 결정하는 글을 쓰게했습니다.

결과는 80대 20정도로 A제품이 더 좋게 들렸다는 결과가 나오고 베일을 벗겨 비교 앰프를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술렁술렁...수근수근.....

A앰프가 리비도 100.2였고 B앰프가 제프였기에 사람들이 더 놀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마니아들은 국산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요.....

시청실을 나가시면서 이런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오늘 내 귀 컨디션이 별로였나보다...."

 

두 번째 에피소드 입니다.

오디오 수입사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 발전?을 위해 파워앰프 KIT 를 개발해 발표했습니다.

처음엔 반응이 좋지 못했습니다.

당시 버메스터 앰프를 수입하던 터라 버메스터 사장의 동의를 얻어 

제가 개발한 파워앰프 KIT에 버메스터 로고를 인쇄했습니다.

그 후의 반응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회사 총 매출의 10% 이상의 효자노릇을 했고 반응이 좋아 월간오디오에

광고까지 나갔습니다.

그리 긴 판매기간은 아니었지만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고 

옛날 우스개 소리로 개똥도 미제면 쓴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이 일은 저도 인정하는 사기입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사람들의 소비편식이 얼마나 심한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분들 명품백 좋아한다고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두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드렸는데 이런 현상이 오디오 가격 상승과

무관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점점 해외이민을 가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통계적으로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소비패턴 편화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민을 갔습니다.

주로 중산충 세대로 자녀교육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여건만 되면 해외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오디오 중간가격대 제품들의 생산을 중지시키게 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오디오 시장만 보고 말씀드리면 지금 우리나라는 다 떠나고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인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리써치 통계조사를 해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저하게 그 수가 줄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3~400만원대 앰프는 중산층 세대가 구매하기 적절한 가격대 였는데

지금은 안팔립니다.

주머니가 가벼우신 분들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이라 접근이 어렵고 여유자금이 많으신 분들께는

싸구려 제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판매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제품이란 것이 원가에 여러 부대비용을 합쳐 소비자 가격이 형성되는데 이 가격이 이상하게

잘 안팔리는 중간대 가격으로 형성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오디오 시장의 어려움을 동반하는 때라 업체들은 이 어중간한 가격 제품을 아예 천만원 대 이상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이 3~400만원 대에 판매해야될 제품을 1,500만원 으로 올리자 판매가 된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FM대로 가격 책정해서 제품 발표하는 업체가 있을리 만무하지요.

결국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오디오 가격상승에 일조했다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앰프 엔지니어로써 이런 허탈감은 무지 큽니다.

좋은 제품 저렴하게 만들어 많은 분들께서 좋은 오디오 생활 하시는 것이 저의 바람이었는데

천 만원대 제품 이상의 퀄리티를 갖는 제품을 300만원대에 내놓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평범한 국산 300만원 짜리 앰프가 되는 것입니다. 소리도 그냥 300만원짜리인 것이지요.... 

2010년도에는 자살까지 생각을 할 정도로 그 공허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미래가 보여야 말이지요....

2010년도 10월 부터 1년간 저의 행보를 말씀드리려면 게시판 용량이 모자랄 정도 입니다...

배신, 자살, 사랑, 도피.....

 

그래도 지금 꿋꿋하게 신제품 만들고 있습니다.

단, 가격공개는 하지 않을것입니다.

가격을 정하면 제품의 퀄리티를 떠나 그  돈값만 하는 제품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우리나라를 뜨거나 아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운둔생활을

하고싶을 정도로 좀 질려버렸습니다....

왜 대한민국은 이렇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