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비자톤에서 만든 모니터 890 입니다.

이 제품은 상당히 오래전에 개발된 모델로 아직까지도 오디오 파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수입과 판매율이 성능에 비해 저조한 편입니다.

제가 수입상에 근무할 때 취급했던 브랜드라 이 제품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알텍이나 JBL의 혼 소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수입상에 첫 출근과 함께 마주친 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정말 혼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하고 감탄을 했고 혼 소리에 빠지면 중독된다 라는

표현이 이해가 갈 정도였습니다.

이때 물렸던 앰프가 리크 라는 작은 진공관 앰프였는데 저역은 몰라도 중고역에서 나오던

소리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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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상에 근무하면서 이 모델과의 추억도 많았습니다.

코바 국제 방송음향기기 전시회 때 이 스피커를 울려줄 앰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물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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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 보이는 시커먼 파워앰프 두 덩어리에 그 위에 있는 일명 나무프리 였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자작품이고 생김새가 좀 그래서 테이블 밑에 설치하고 보이지 않게 했지요.

그리고 그 때는 모두 오픈부스라 볼륨전쟁이 심했습니다.

소리가 커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때문인데 이 문제로 다른 부스와 사소한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요.

그런데 오디오에 관심있던 분들은 한사코 매칭된 앰프가 뭐냐며 끈질기에

물어보시던 분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 스피커는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대상이 되었습니다.

벌서 이것이 16~7년 전 일이 되었네요.

 

890은 극장용 혼 시스템을 가정의 환경에 맞춘 거의 최초의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보통 혼 드라이브 시스템의 스피커는 과격하고 거친 부분이 많은데 890은 정말

이쁘면서도 시원한 소리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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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의 고역을 담당하는 TL-16 혼 트위터 입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슈퍼트위터 용도로 공구한 적이 있어 들어보신 분들도 많을겁니다.

알미늄 보이스 코일과 높은 자력에서 만나는 고역은 광대하면서도 이쁘게 들립니다.

이쁘다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실로폰, 드럼의 심벌, 하프시코드 등 고역이 날카롭고

자칫 시끄럽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리얼하게 들립니다.

제가 들어본 혼 트위터 중 두 번째로 좋게 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1,500만원이 넘은 아카펠라의 이온 트위터기 때문에 가격대비를

생각하면 TL-16 이 단연코 1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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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드레인지를 담당하는 DR45 드라이버 입니다.

마그넷이 작은 일반 미드레인지 유닛과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드라이버라 함은 원래 혼을 붙여 소리가 멀리 전달되기 위한 전쟁수단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그 음의 밀도감은 상당합니다.

일반 돔 미드레인지에 모양 좋은 혼을 붙이고 이것을 혼 스피커라고 자랑하는 그런

제품과는 완전 차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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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와 연결되는 우드혼 입니다.

사진이 선명하지 못하지만 실물을 보면 정말 예술이구나 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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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와 혼을 연결시켜주는 아답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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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을 담당하는 12인치 우퍼 TIW300 두 발 입니다.

이 유닛의 특징은 상당히 무게있는 저역을 내줍니다.

마치 ATC의 저역과도 비슷하지만 더블우퍼에서 나오는 양감은 절대 비교불가 입니다.

그래서 이 우퍼를 제대로 제압하기 위해서 리비도 파워가 아니라면 파워앰프에

수 천 만원 이상 투자를 해야 성공할까 말까 입니다.

그래서 앰프선택의 미스가 생기면 중고역에만 만족해야 합니다.

 

이 890에 앰프매칭이 잘 된다면 보컬은 거의 죽음입니다.

호세카레라스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마치 호세가 내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경이로운 리얼함을 보입니다.

드럼솔로는 "캬" 소리가 나오게 만들고요.

전체적으로는 음악성쪽 보다는 약간 오디오적 쾌감으로 기운듯한 사운드 입니다.

그렇다고 음악성이 부족하단 말은 절대 아니고요.

 

890은 KIT형식으로도 판매됩니다.

완제품은 약 10년 전 가격이 95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더 올랐을 것 같습니다.

KIT 가격 중에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인클로져 입니다.

5년 전에 인클로져만 여기에서 짜고 우퍼를 한 개만 붙여서 공구를 하려 했었습니다.

이럴 경우 공구가는 약 500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참여 인원도 적고 인클로져가 커서

엄두를 못내 결국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KIT라도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자톤 모니터 890을 2순위로 올린 것은 프로악 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고 크기가 커서 일반 가정에 설치하는데 부담이 있기 때문 입니다.

개인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총알도 충분하다면 아래 프로악과의 선택에서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http://www.visaton.com/en/bauvorschlaege/3_wege/monitor890_mk3/